낭떠러지를 따라, 벼랑위에서, 그 가장자리를 따라, 나는 채찍을 내리치며 말들을 몰아세운다. 웬일인지 질식할 것 같다. 바람을 들이키고, 안개를 삼킨다. 파멸의 환희를 느기며 나는 사라져간다. 사라져간다. 말들이여, 좀 더 천천히, 좀 더 천천히... 내리치는 채찍을 따르지 말아라. 그런데 어찌하여 나에게 이런 야생마들이 주어지게 되었는지. 내게 주어진 삶을 아직 다 살지 못했고, 못 다 부른 노래들이 많이 남아 있다. 나는 말들을 노래하리라. 못 다한 노래를 부르리라. 낭떠러지 끝에 단 한순간이라도 멈추어 서서! 나는 사라진다. 폭풍이 나를 작은 솜털처럼 쓸어버린다. 그리고는 아침의 눈길을 따라 썰매로 끌고 가리라. 나의 말들아, 서두르지 말고 달려라. 마지막 안식처로 가는 여정을 한순간만이라도 늦추고 싶다. 말들이여, 좀 더 천천히, 좀 더 천천히... 채찍과 회초리의 명령을 따르지 말아라. 그런데 어찌하여 나에게 이런 야생마들이 주어지게 되었는지. 내게 주어진 삶을 아직 다 살지 못했고, 못 다 부른 노래들이 많이 남아 있다. 나는 말들을 노래하리라. 못 다한 노래를 부르리라. 낭떠러지 끝에 단 한순간이라도 멈추어 서서! 우리는 늦지 않게 도착했다. 원래 신에게로 가는 손님은 늦은 법이 없지. 천사들이 왜 그토록 흉측한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는지! 작은 종이 통곡하듯 흐느끼며 울고 있다. 나는 썰매를 그토록 빨리 끌지 말라고 말들에게 절규한다. 말들이여, 좀 더 천천히, 좀 더 천천히... 날 듯이 빨리 가지 말라고 간절히 부탁한다. 그런데 어찌하여 나에게 이런 야생마들이 주어지게 되었는지. 내게 주어진 삶을 아직 다 살지 못했고, 못 다 부른 노래들이 많이 남아 있다. 나는 말들을 노래하리라, 못 다한 노래를 부르리라. 낭떠러지 끝에 단 한순간이라도 멈추어 서서!
© ?. 한역, 2022